[신문] 비뇨기·부인과 다빈치 로봇수술...'이 경우' 심사숙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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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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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해 시행한 로봇수술 건수는 4,000건이 넘는다.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다. 절반이 넘는 2,500여 건이 비뇨의학과·산부인과에서 시행됐다. 


로봇수술의 확산은 전국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화순전남대병원 로봇수술 연간 300건 돌파"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 1,000례 달성" 등 수 많은 병원이 앞다퉈 로봇수술을 도입하고 있다. 

 

로봇수술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로봇수술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로봇수술의 장점은 뚜렷하다. 카메라를 통해 눈으로 보며 로봇팔에 달린 수술 도구를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어 절개 범위가 작고 조직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가 골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뇨기·부인과 질환의 수술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이 모든 질환에서 '치료 정답'이 될 순 없다. 비용 대비 효과나 부작용 위험 등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백지흠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로봇수술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수술 건수가 늘어난 것도 더 많은 진료과에서 로봇 수술을 더욱 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다만 환자의 건강과 병변의 상태, 수술 후 관리 역량 등을 두루 고려해 개복, 복강경, 로봇 중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블리 딩 엣지(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에서는 다빈치 로봇수술을 받은 여성이 다수 출연했다. 이들은 각각 자궁암, 난소 낭종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의 권유로 로봇을 이용해 자궁 절제술을 받았다.

의사는 로봇수술을 설명할 때 '첨단' '안전' 등 장점을 부각했다.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믿고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초기에는 회복이 빨라 며칠만에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여성들은 모두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 결장 등의 장기가 아래로 쏟아지는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자궁 절제술은 이름처럼 자궁을 떼는 수술이다. 수술 후 자궁과 연결됐던 질을 봉합하는 처치를 하는데,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환자들은 이 매듭의 풀려 장기가 아래로 흘려내린 것이다. 

실제 일반 수술과 비교할 때 로봇 자궁 절제술은 질 봉합이 풀리거나 터지는 '질 열개' 발생 가능성이 비슷하거나 높다. 로봇이라고 봉합을 더욱 완벽히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초기에는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이 3배에서 9배 높은 것으로 보고(미국산부인과학회지, 2011)되기도 했다. 

로봇수술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지난해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지에 실린 메타 분석 연구를 보면,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절제술의 질 열개 발생률은 0.64%~1.35%지만 로봇 자궁 절제술은 약 1.64%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 교수는 "질 봉합이 터지는 것은 중력의 영향과 염증, 수술 후 조기 성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수술 방식보다 환자 관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뇨의학과에서는 전립샘 절제술, 방광 절제술, 신장(콩팥) 적출술 등 뱃속의 거의 모든 장기를 수술하는 데 로봇이 적용된다. 미국에서도 전립샘암 발생 시 전립샘 전체를 떼는 수술(근치적 전립샘 절제술)을 할 때 최소 85%를 로봇으로 시행한다.

로봇을 이용한 전립샘 절제술은 단기적으로 볼 때 효과적이다. 반면, 장기적인 환자 예후는 전통적인 절제술과 거의 차이가 없다. 

19일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발행하는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에 따르면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이 2003~2013년 전립샘암으로 각각 일반(545명), 로봇(549명) 수술을 받은 1,094명의 남성을 최장 2년간 장기 추적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수술법 모두 암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수술 후 합병증도 비교적 드물게 발생했다. 다만 로봇 수술한 환자는 입원 기간이 더 짧았고(로봇 평균 1.6일, 일반 평균 2.1일) 혈전 발생률(로봇 10명, 일반 3명) 요로 감염(각각 33명과 23명) 등 합병증도 단기적으로는 더 드물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뇨기계 건강과 성 건강 등 수술 후 삶의 질은 두 수술법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암 치료 결과도 비슷했다. 해당 연구의 주저자인 피터 창(Peter Chang)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 박사는 "비뇨기 및 성 건강과 관련해 두 가지 접근 방식 간에 눈에 띄는 장기적인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근치적 전립샘 절제술 대비 로봇 근치적 전립샘 절제술 비용이 약 6배 정도로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다 로봇팔에 장착하는 수술 도구는 사용 횟수가 제한돼 있어 몇 번 사용하면 반드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 관계자는 매경헬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수술 재료비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의 비뇨의학과 교수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개복수술보다 치료비는 훨씬 많이 든다. 비교적 경험이 적은 의사도 수술을 집도할 수 있어 병원 입장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기에는 전립샘 절제술에 로봇을 이용할 경우 요실금, 발기부전 등 수술 합병증 위험이 낮다는 점이 부각됐지만 10년 이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수술법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합병증 위험 감소, 빠른 회복 등의 긍정적인 효과까지 낮게 평가돼서는 안되지만 환자의 상태,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418